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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룸'이라도 역세권이면 괜찮다는 정부의 착각 [공공주택 심리보고서⑥]

'1.5룸'이라도 역세권이면 괜찮다는 정부의 착각 [공공주택 심리보고서⑥]
청년층은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나 위치 외에도 다양한 요건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청년층은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나 위치 외에도 다양한 요건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행복주택'은 학교나 직장 가까운 곳에 살기를 원하는 청년층을 위해 도심 지역에 주로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퇴거율은 다른 공공임대주택보다 높게 나타났다. 최대 거주기간이 10년으로 짧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높은 퇴거율의 원인이 그것만은 아닐 수 있다. 결혼·출산 등을 고려했을 때 원룸이나 1.5룸이 주를 이루는 행복주택에 살기 어렵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주택 심리보고서 다섯번째 이야기 '시대착오적 면적의 덫' 편이다.

2편_ 공공주택에 사회적 낙인 찍은 사람들

3편_ 긴 대기줄과 빈집의 괴리… '치적'의 그림자

4편_ 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이 빚은 구멍

5편_ 공공임대주택 부끄럽다? 청년 생각은 달랐다

6편_ 1.5룸이라도 역세권이라면 괜찮다는 착각

7편_ 무조건 싸야 한다? 청년 72%가 제시한 답

8편_ 그곳에 살아본 이들은 더 살고 싶다 했다

9편_정부가 '가짜 공급'에 매몰돼 놓친 가치

청년층은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나 위치 외에도 다양한 요건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행복주택, 국민임대, 영구임대, 매입임대, 전세임대, 장기전세, 통합공공임대…. 거의 모든 정권이 '주거 안정'을 외치며 쏟아낸 '공공임대주택'. 특히 경제적 자립 기반이 부족한 청년층에게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정작 '유형이 너무 다양해서' '입주 자격이 복잡해서' '공급량이 부족해서' 등의 이유로 청년층에게 와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소득층이 사는 집이란 인식이 있는데 청년들이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겠냐"는 선입견까지 확산하고 있다. 우리가 '공공주택 심리보고서' 1~4편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현주소부터 청년들의 실제 인식까지 살펴본 이유다. 일부의 선입견과 달리 청년층의 대다수가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공공임대주택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공급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청년층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더스쿠프와 포춘코리아가 만 19~34세 무주택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함께했고, 마크로밀엠브레인이 통계 결과를 구체화했다.

정책의 수요자인 청년들이 원하는 공공임대주택 모델을 찾기 위해선 청년층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행복주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의 주거 안정을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처음 도입했다.

도입 첫해 847호였던 행복주택은 현재 18만1445호(2024년 기준)로 급증했다. 행복주택의 차별점도 명확했다. 과거 대다수의 공공임대주택은 도심보다는 토지 매입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지역이나 신도시 예정지에 들어섰다.

반면 행복주택은 직장·학교와 가까운 곳, 교통편이 뛰어난 곳에 중점적으로 지었다. 행복주택이 다른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청년층 사이에서 인지도나 인기가 높은 이유로 풀이된다.

[※참고: 더스쿠프와 포춘코리아의 공공임대주택 인식 조사 결과, 청년층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공공임대주택은 '행복주택(74.4%·복수응답)'이었다. 이어 '국민임대주택(60.4%)', '영구임대주택(25.8%)', '장기전세주택(15.2%)' 순이었다('공공주택 심리 보고서' 4편 참조).]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행복주택의 '퇴거율'이 전체 공공임대주택 유형 중 가장 높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공공임대주택 445개 단지 중 최근 1년간 퇴거자가 발생한 398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8월 5일 기준), 행복주택의 퇴거율은 11.0%를 기록했다. 다른 유형의 공공임대주택 퇴거율을 살펴보면 '매입임대' 8.70%, '장기전세' 3.27%, '국민임대' 3.08%, '50년 임대' 2.86% 등이었다.

물론 행복주택의 최대 거주기간(10년)이 다른 임대주택보다 짧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높은 퇴거율'을 설명하긴 어렵다.[※참고: 대학생·청년·신혼부부의 행복주택 최대 거주기간은 10년이다. 다만 자녀가 있는 경우 14년으로 늘어난다. 그 외 공공임대주택의 유형별 최대 거주기간은 영구임대 50년, 국민임대 30년, 통합공공임대 30년, 장기전세 30년, 매입임대 20년, 전세임대 20년 등으로 행복주택보다 길다.]

일례로 최초의 행복주택으로 주목받았던 '서울가좌행복주택'의 퇴거율은 30.7%에 달했다. 총 362세대 중 최근 1년간 111세대가 방을 뺐다는 의미다. 또다른 행복주택인 '강일리버파크11'의 퇴거율 역시 18.2%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가좌행복주택은 지하철 경의중앙선 가좌역에서 도보로 1분(104m), 강일리버파크11는 8호선 암사역사공원역에서 도보로 5분(368m)면 닿을 수 있는 초역세권임에도 높은 퇴거율을 기록했다. '역세권'과 같은 뛰어난 '위치'만으로는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통계의 결괏값을 통해 살펴봐야 할 건 무엇일까. 행복주택의 생각보다 높은 퇴거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행복주택 입주를 생각했던 직장인 김소현(33)씨는 '미래'를 이야기했다.

"입지도 좋고 임대료도 저렴하다 보니 행복주택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결혼을 계획하고 나선 마음을 접었다. 1.5룸 구조가 많다 보니 둘이 살기에도 답답할 듯하고 수년 내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그때 또 집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소현씨가 미래를 언급한 이유 중 하나는 크기다. 행복주택의 크기는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다.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작은 16㎡(약 5평), 21~26㎡(약 6~8평), 36~ 44㎡(약 11~13평)인 경우가 많다. 신혼부부라면 행복주택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게 쉽지는 않다.

실제로 청년들은 생애주기를 고려해 '3인 가구가 거주하기에 적정한 면적'으로 '20~25평(47.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보다 더 큰 '25~30평' '30평 이상'을 원하는 이들도 전체의 22.2%, 7.6%에 달했다. 이처럼 청년층에게 '살 만한' 집이 되려면 적어도 좁아서 답답하지 않은 규모는 갖춰야 한다는 거다.

적정 면적이 중요한 이유는 청년층이 원하는 공간 구조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은 공공임대주택을 볼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공간 구조로 '거실·침실 분리(68.0%·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채광·환기(64.4%)' '충분한 수납공간(46.2%)' '주방 독립 구조(34.6%)' '욕실 독립구조(32. 8%)' 등이었다. 기능별로 분리된 공간을 원한다는 방증이다.

[그래픽 | 더스쿠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론 행복주택 외에 청년층이 입주할 수 있는 통합공공임대·매입임대·전세임대 등은 전용면적이 '85㎡(약 25.7평) 이하'로 조금 크긴 하다. 하지만 청년층이 다른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겨갈 수 있는 '사다리'가 촘촘하지 않다는 건 현실적인 장벽이다.

행복주택에 거주하던 청년이 다른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할 수 있지만, 또다시 치열한 가점 경쟁을 거쳐야 한다. 자산·소득 기준뿐만 아니라 자녀 수·해당 지역 거주기간 등 까다로운 충족해야 한다.

행복주택에서 규모가 더 큰 행복주택으로 옮겨가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혼·출산 등으로 가구원이 늘면 공급대상을 변경해 재계약하는 이른바 '행복주택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규 입주 신청을 해야 하고, 최대 거주기간도 기존 거주기간과 합산해 계산한다.

이처럼 살펴봤듯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단순히 저렴하기만 한 걸론 부족하다. 청년층이 꿈꾸는 '나와 가족'의 미래를 품어줄 공간이 돼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은 싸야 한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는 거다. 이어지는 7편에선 이 이야기를 해보자.

jwle11@thescoop.co.kr

출처: 더스쿠프 https://n.news.naver.com/article/665/0000008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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