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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다가도 ‘의전’…정치인 안 왔으면” [이경원의 질문]

“불 끄다가도 ‘의전’…정치인 안 왔으면” [이경원의 질문]
이창석 공노총 소방노조위원장이 2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10년간 116명이 순직했다”며 “1년에 11명, 12명이 순직을 당하는 조직은 소방 이외엔 없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이창석 공노총 소방노조위원장이 2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10년간 116명이 순직했다”며 “1년에 11명, 12명이 순직을 당하는 조직은 소방 이외엔 없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이창석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 정치는 소방을 존중하는가

“재정 빨대”, “쭉쭉 빤다”…정치권 발언, 부정할 수 없는 슬픈 현실

“소방공무원 모두가 ‘내가 순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이창석 공노총 소방노조위원장이 2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10년간 116명이 순직했다”며 “1년에 11명, 12명이 순직을 당하는 조직은 소방 이외엔 없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저희의 희생과 노고를 돈으로, 재정으로, 예산으로 표현했다는 게 가슴 아픕니다. 무엇보다 더욱 슬픈 것은, 그것이 사실이라서 더욱 슬픕니다.”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이창석(47) 공노총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정확하게 수치를 적어왔다”며 수첩을 펼쳤다. 이 위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최근 10년간 116명이 순직했다”며 “1년에 11명, 12명이 순직을 당하는 조직은 소방 이외엔 없다”고 말했다. 고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에서 딸의 편지를 보고 눈물을 쏟았던 그는 “소방공무원 모두가 ‘내가 순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밤새 불 끄고 하면 우리끼리는 ‘생명을 갈아서 월급을 받는다’고 말한다”고 했다. 20년차 소방관인 그는 화재현장에서만 17년 가까이 일했다. 방화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공기호흡기를 짊어진 채 어둠과 유독가스 속에서 호스를 들었다. 1박2일 진화 경험은 무수하고, 4박5일간 불을 꺼본 경험도 있다. 목조 건물인 어묵공장 3층에서 방수(放水)를 하고 나오자마자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다. 벌금이 두려워 “안에 위험물이 없다”고 거짓말하는 선주만 믿고 선박 화재를 진압하는데, 선실 내에서 우레탄과 방수액 등이 타올라 검은 연기가 일대 300m를 덮은 적도 있었다.

모두가 내가 위급할 때 부르면 소방관이 달려올 것이라 믿는다. 정작 그들이 얼마나 위험에 처해 있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이 위원장에게는 겨울 화재진압 활동에 필요한 방한복(파카) 비용으로 28만원이 배정됐었다. 실제 이 방한복의 가격은 48~49만원이었다. 이 28만원은 이듬해로 이월해 사용할 수 없다. “결국 기관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아십니까. 올해는 주민등록번호 끝번(생년) 짝수에게 지원해주고 내년에는 홀수로 지원하는 식입니다.”

19일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유해가 동료 소방대원들의 도열 속 경기도 부천체육관 영결식장을 나서고 있다. 부천=윤웅 기자

안타까운 순직이 반복되는 이유에는 인력도 있고 장비도 있고 현장 지휘 체계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이 위원장은 “특히 아파트나 주거지 화재에서, 소방관들은 눈으로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안에 사람이 없다”고 해도 부재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기어이 들어가는 이들이 소방관이다. 소방관들은 “안 다치면 본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치려면 애매하게 다치지 말자”고, 그들끼리만 알아듣는 방식으로 자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의 화재진화수당은 월 8만원이다. 2001년 3월 홍제동 방화 사건 당시 소방관 6명이 희생되며 4만원이 8만원으로 인상됐었다. 26년째 동결된 수당이란 어떤 조직에도 없다. 돈이 소방관을 구해 주지 않겠으나,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일한 데 대한 보상이라는 의미는 변함없다. 이 위원장은 “국가가 소방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치는 이 부족한 숫자들을 ‘재정 빨대’라고 불렀다. 김진석 소방위의 안타까운 희생 이후에도 “쭉쭉 빤다”는 말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소방의 재원이 골칫덩이처럼 설계된 현실을 부정할 수 없어 더욱 슬펐다고 한다. 담배 판매 재원에만 의존한 소방안전교부세 구조를 지적할 때, 이 위원장은 “국민이 건강해지면 국민 안전은 위태로워져야 하느냐”는 성명을 냈었다. 이 위원장은 “정치는 소방관의 희생을 존중하지 않았다. 이제 화제가 되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노조위원장으로서)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누가 출동하든 각오한다⋯ 현장 제일 애로사항은 ‘의전’”

이창석 공노총 소방노조위원장이 2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 위원장은 20일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순직에 대해 “똑같은 형태로 똑같은 사고가 6개월 만에 일어났다”며 애통해했다. 지난 4월 완도 수산물 냉동창고 화재로 2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비극이 반복됐음을 말한 것이다. 완도 화재 당시 샌드위치 판넬 구조의 냉동창고는 타 들어간 우레탄폼 때문에 유독가스와 유증기가 꽉 차 있었다. 김 소방위가 순직한 부천의 금속 사출 공장 역시 내부에 인화성 가연물이 가득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방관들은 화염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원인을 간단히 단정할 수는 없다. 비극은 부족한 인력, 노후한 장비, 부정확한 정보와 지휘 등 다양한 요인의 결합으로 발생한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희생으로 안전을 유지하는 사회가, 소방관들을 충분히 보호할 정도로 설계돼 있진 않다는 것이다. 완도와 부천의 비극은 소방관들이 ‘무늬만 국가직’인 현실, 정치인들이 ‘재정 빨대’를 말하는 현실 위에서 발생했다. 이 위원장은 “누가 출동하든 그 분이 순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소방공무원들은 항상 동료의 순직을 보게 된다. 최근 10년간 116명이 공상 순직이 됐다. 우리 노조도 2년 전 집행부 한 분을 잃었다. 부산 기장소방서의 고 이상영 소방위다. 우리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직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우리의 노고를 단지 돈으로, 재정으로, 예산으로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무엇보다 더 슬픈 것은, 그게 사실이라서 더욱 슬프다. 정치권이나 정부 기관의 고위직들이 대부분 하는 생각이 사실이라서 우리가 슬프다.”

-시민의 의식과 여론은 정치인 발언과 다르다. 소방 예산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집회 발언 등으로 접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저렇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5년간 노조 활동을 하고 20년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직도’가 아니라 ‘지금까지 쭉’ 위정자들은 그렇게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이번에 추미애 경기지사의 입을 통해 외부로 나온 것뿐이다. 그것은 실수로 나왔다기보다는, 정치권 등이 소방 조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단편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간 116명의 순직은, 소방청의 순직 통계보다 많은 숫자 같다.

“그것은, 현장 순직만 하면 42명 정도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현장 순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상 인정 순직도 있다. 예를 들어, 울산의 정희국 소방관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으로 치료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순직이 인정된 첫 사례였다. 현장에서 돌아가신 것만 순직이 아니다.”

-화재에 맞서다 질병을 얻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소방공무원은 현장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고, 일반인보다 폐암 발병률이 높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발표한 자료가 있는데, 소방공무원은 타 직종에 비해 연금 수급도 가장 빨리 종료된다. 가장 늦게 종료되는 직군(법관·검사)보다 7.7세 낮은데, 그만큼 일찍 돌아가신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공기호흡기를 쓰면 되지’ 하는데, 현장의 큰 화재는 진압까지 5시간, 7시간이 걸리는 반면 공기호흡기 잔량은 30분이다. 실제 20분을 쓰면 공기가 없다. 대체로 벗고 있다가 현장에 들어갈 때만 쓰는데, 화재 현장에는 재가 날린다. 그곳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의 노제가 진행된 19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부천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고인의 영정이 생전 근무지를 돌고 있다. 부천=윤웅 기자

-공기호흡기를 언급하니 꺼내는 말인데, 소방관의 장비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인가.

“약 10년 전 소방관들이 장비를 사비로 구매하는 실태가 널리 알려진 이후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예를 들면 이런 문제가 남아 있다. 매년 피복비가 개인마다 산정되는데 시도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많게는 2~3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 화재현장에서 방화복 말고 겨울에 입는 방한복이 48~49만원을 한다. 그 정도 방한복을 살 수 있는 피복비를 주는 곳이 전국에 몇 곳 안 된다. 대체로 20~30만원을 받는다. 나에게 배정된 금액은 28만원인데, 그렇다고 이 28만원을 내년으로 넘겨 합쳐서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 기관(시도 소방서)에서는 어떤 방식을 쓰는지 아는가. 올해는 주민등록번호 끝번호 짝수에게 지원해 주고 내년에는 홀수에게 지원한다. 정부가 최소한 이러한 부분에 관심이 있었으면 방한복 제조업체에 지원을 해서라도, 우리가 받는 피복비보다 금액이 비싼 용품을 살 수 있게 하거나, 피복비를 방한복 값에 맞게 금액을 올리든지 해야 했다.”

-최근 정치권의 발언 이후, 소방공무원은 국가직화됐으나 90% 이상의 인건비를 지방자치단체가 떠안는 구조가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소방 조직에 내려오는 유일한 국가 예산은 소방안전교부세다. 정부가 소방을 국가직화하는데 전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것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국가 예산이 지역 소방본부까지 오는 구조가, 꼭 지방 시도로 갔다가 시도에서 일정 부분을 우리에게 주는 식으로 돼 있다. 우리의 입장은, 이것은 충분히 재정 당국에서 바로 소방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본부로 주든지 소방청에 줘서 청에서 예산을 나누든지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그러니까 ‘우리에게 다 주느냐’ 하는 의혹도 나오는 실정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일수록 사다리차, 열화상카메라, 방화복 등 장비의 도입이 늦어지고, 소방관이 노후한 장비로 본인을 지켜야 하는 구조가 된다고도 말할 수 있겠나.

“그렇다. 차량회복차(대형 화재나 장시간 구조·수색 활동에 지친 소방대원들이 탈수, 폭염, 피로를 풀고 안전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돕는 특수목적 차량)라는 것을 지방마다 다르게 보유한다는 점이 일단 떠오른다. 재작년 경북 경남 산불이 컸을 때 수개월을 고생하지 않았나. 그때 소방관들은 쉴 곳이 없어서 고생했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는데, ‘먹을 것과 쉴 곳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선진 소방이라는 외국과 사례를 비교한다면 ‘인공수조’가 떠오른다. 요즘 전기차의 화재 발생률이 높은데, 전기차는 물을 뿌려도 불이 잘 안 꺼진다. 수조에 담가도 수조 안에서 탄다. 우리는 그 수조를 어떻게 담그냐면, 소방관들이 전기차 옆에 붙어서 벽면마다 수조를 조립하듯 해서 만든다. 해외는 수조를 실은 차가 그대로 덮어버리거나, 일단 덮은 뒤 물을 채우거나 해서 사람이 위험해지지 않는 장비를 운용한다. 하지만 비싸니까… 늘 듣는 이야기는, ‘예산이 없다’ ‘한 군데 사 주면 다른 데 못 사준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복되는 안타까운 순직마다 현장 인력의 부족이 거론된다. 실제 현장의 경험은 어떠한가.

“현장 인력의 부족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소방공무원의 고령화 문제가 있다. 이것은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라서 꼭 풀어가야 한다. 소방공무원이 고령화된다면, 내가 소방관이기도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불안할 것 같다. 20대와 30대, 40대, 50대의 운동신경이 다 다를 수박에 없다. 지금 내가 20년차 소방관이지만 센터에 가면 딱 중간이다. 과거에는 내 나이가 고참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상하게 중간층이 된다. 펌프차, 화재진압차에서 내리는데 50대 60대 소방관들이면 시민들의 솔직한 반응은 어떻겠는가. 65세 정년연장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 이 문제는 예민한 것이지만, 국민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언젠가 한 번은 논의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권이 뭔가를 논의한다면 이런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소방에 주는 예산도 네가 많이 주니 내가 많이 주니 지방과 정부가 다투는 상황이지만, 예산을 더욱 확보하기 어렵다면 퇴직을 유도할 방법이라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고육책이겠으나 호국원에 들어갈 연령을 낮추고, 군인처럼 연금을 즉시 지급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지휘체계의 이원화 문제도 현장의 혼란을 부르는 것으로 지적돼 있다.

“일반화재의 경우 시도지사와 소방본부장, 산불의 경우 규모에 따라 구청장과 소방서장, 또는 시도지사와 소방본부장, 산림청장과 소방청장 등으로 체계가 이원화돼 있다.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그 재난에 대해서는 현장 소방관이 제일 잘 안다. 현장에서의 지휘에 대한 판단 등은 사후에 하면 된다.”

-구체적인 어려움이 어떻게 발생하는가.

“지금 소방관들의 제일 큰 애로사항은, 불을 끄고 있다가 구청장이 오면 ‘’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스라도 치워서 보기 좋게 하고, 다들 힘들어 널브러져 있으면 그것도 하면 안 되는 게 있다. 시장이나 도지사가 오면 더하다. 누가 온다고 하면 상황판을 만들어야 한다. P, T⋯ P는 펌프차고 T는 탱크고⋯ 우리끼리 볼 때는 빨리 빨리 적는 것도 ‘위에서 누가 온다’ 하면 깨끗하게 적어야 하는 문제가 분명 있다. 차라리 재난 시에는 안 왔으면 한다. 물론 구청장이나 시도지사의 입장에는 본인들의 일이기 때문에 오는 것인데, 와도 그들이 지휘를 할 수는 없다. 그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재난을 작전하고 지휘하는 동안에는 소방에 맡기고, 그 책임은 사후에 온전히 우리가 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금 지휘부도 지휘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 체계는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국비 지원을 담배 판매량에 기대고 있다.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의 45%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이 요율을 더욱 높여야 하겠는가.

“소방안전교부세가 지역별로 최대 30% 삭감되는 부분에 대해서 성명을 낸 적이 있다. 그때 제목이 ‘국민이 건강해지면 국민 안전은 위태로워져야 하는가’ 였다. 국민들이 담배를 안 피워 건강해지면, 우리 소방안전교부세가 삭감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국비를 굳이 담배 세수에 갖다 붙인 것은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을 것이다. 담뱃불이 화재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재의 원인이 담배밖에 없겠는가? 가장 비중이 높은 요인은 전기다. 그렇다면 전기료에서 일부를 국세로 빼도 되지 않겠는가. 공공기관 관련 세금을 빼도 되고, 교육세를 빼도 될 것이다. 자동차 화재도 많은데 그렇다면 자동차와 관련된 세금에서도 재원 확보를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담뱃불로 인한 화재는 부주의 화재 전체 비중에서 10%가량이다. 의지만 있다면 재원 확보 방안을 새로 설계해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가 예산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꼭 요율을 높인다기보다 재원 확보 방안을 다양화하자는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2024년 이 소방안전교부세마저 없애려 해 노조가 막아냈다.”

부천 공장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이 19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체육관에서 엄수된 가운데,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영결식장에 도착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천=윤웅 기자

-내년 예산안에서도 실질적인 소방 현장에서의 예산은 많이 삭감됐다고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 발언을 한 추미애 경기지사와 관련해서는, 본인의 관용차는 바꾸고 소방차 노후 차량 예산은 다 삭감했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이 일단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정부 기관마저 조금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소방차의 내구연한이 만일 10년으로 돼 있으면, 이상하게 10년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화재 현장에 갈 때는, 조작을 급하게 하고, 물을 계속 트니 과부하가 걸리고, 엔진이 열을 받아 꺼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전자제품이나 기계는 험하게 쓸수록 빨리 고장나게 마련이다. 그런 것들을 감안해 주셔야 하는데 ‘내구연한이 10년이니까 10년을 채워야지 왜 빨리 바꾸느냐’ 하는 논리로만 접근하면 되겠는가. 사람을 구해야 할 때 차가 재작동을 하지 못하면 책임은 우리에게, 피해는 국민에게 있다. 나는 이게 계속 ‘도돌이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순직 사례와 더불어 회자되는 사실 중 하나는, 소방관의 화재진화수당이 2001년 그대로 월 8만원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수당이 20년 이상 동결된 곳은 없다. 나는 다른 특수업무수당들을 비교해 봤다. 예컨대 지난해까지 비교했을 때, 교정직공무원의 교정수당은 700% 올랐다. 우리는 0%다. 나는 교정직공무원의 일이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재소자 관리가 힘든 만큼 그 정도 대우가 돼야 한다고 본다. 대신 우리도, 화재 현장에서만 최근 10년간 42명이 사망한 조직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것은 2001년 홍제동 방화 사건 때 우리 선배님 여섯 분이 순직하셔서 4만원이 8만원으로 된 것이다. 국가에서 소방공무원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우인 것이다. 이게 26년째 동결인 것은, 국가가 소방공무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비극마다 재발 방지가 외쳐진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완도 화재에 이어 부천공장까지, 소방관 순직이 거듭되고 있다.

“누가 출동했든 간에 이런 사고를 겪을 수 있다. 고 김진석 소방관뿐 아니라, 10분 남겨 놓고 교대자가 했어도 그 분이 순직자가 될 수 있었다. 우리 소방공무원 전부가 그 생각을 다 하고 살 것이다. ‘내가 순직자가 될 수 있다.’”

“목조건물 어묵공장 2층과 3층에서 방수를 하다가 나오자 5분 만에 건물이 무너진 적이 있다. 나도 크게 다치거나 순직자가 될 수 있었다. 선박 화재를 진압하러 갔는데, 선주에게 몇 번이나 확인했으나 ‘위험물이 없다’는 답을 들은 적도 있었다. 공기호흡기가 다 돼 나와서 쉬는데 선수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일대 300~400m를 덮었다. 밖의 사람들이 모두 엎드렸다. 선주가 보관하면 안 되는 것을 보관했고, 벌금을 맞을까봐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 선주는 선실에 방수 우레탄 등을 엄청나게 쌓아둔 상태였다. 이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재난 현장에 소방공무원이 왔을 때 거짓말을 했다면 엄중 처벌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소방관의 생명이 거기에 달려 있다.”

-반복을 막으려면, 냉정한 조사가 필요할 듯하다.

“이번 순직 역시 위험물의 종류, 지정 수량부터 파악해야 한다. 사고조사단을 통해 밝혀내야 할 문제다. 나는 순직이 발생하면 범정부 차원에서 ‘생명존중위원회’(가칭)가 만들어져 운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순직은 완도 순직사고와 비슷하다. 똑같은 형태로 똑같은 사고가 6개월 만에 일어난 것이다. 완도는 우레탄 샌드위치 판넬이 타면서 유증기 가스가 폭발한 것이고, 이번 부천 공장은 위험물이다. 아파트에서 발생한 비극이라면 국토교통부, 선박에서 발생한 순직이라면 해양수산부까지 참여하는 범정부적 조사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현실을 개선시키려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소방청에만 맡겨 두는 사고조사단으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발언이 공개된다면 사실 나는 소방 조직에서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명과 연관되고 순직이 발생한 건에 대해서는 범국가적으로 해야 옳다고 믿는다. 그래야 비극이 재발되지 않는다. 매년 4명 이상이 조직에서 스러지는데, 사고조사단만으로 끝낼 것인가. 위원들과 관계자들이 그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조사단의 활동을 백서로 정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들에게 배포해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정부에도 ‘생명존중위원회’를 제안하려 한다.”

-슬픔 속에 계실 고 김진석 소방위의 유족들도 명확한 원인 규명을 원할 듯하다.

“‘사망 원인에 대해 철저히 규명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셨다. 작은 약속일 수밖에 없겠으나, ‘사고조사단에 저희 노동조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가 들어가서라도 철저히 규명하겠습니다’라고 약속을 드렸다. ‘소방 쪽에 잘못이 있으면 따끔히 그것을 밝히겠다’고, 고인의 아내께 말씀드렸다.”

19일 오전 경기 부천시 부천체육관에서 엄수된 고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에서 고 김진석 소방위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부천=윤웅 기자

-고 김진석 소방위의 마지막 길에, 남은 동료들은 어떤 모습이었나.

“장례식장과 영결식장에서 동료들이 참 많이 울었다. 장례식장에는 일곱 살 아기가 적은 글도 있었다. 그 글을 보고 나도 많이 울었다. 소방관 누구나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생활하기 때문에…. 아기는,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설명은 들은 것 같은데, 어쩌면 그 개념은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고 한없이 슬펐다. 김 소방위는 특히 열심히 생활했고 모범이 되는 분이라서 동료들이 많이 슬퍼했다. 유족은, 멍한 상태셨다. 울다울다 눈물이 마를 정도가 되신 것 같았다.”

-이번 순직 원인은 조사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순직이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인력과 장비의 문제인가, 아니면 지휘체계의 문제인가.

“현장에서 우리 소방이 해야 하는 역할과 관련해 말하고 싶다. 나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특히 아파트나 주택 주거지를 가면, ‘안에 사람이 없다’고 해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은 게 소방관이다. 내 눈으로, 시민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꼭 확인하고 싶은 게 소방관이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내 눈으로 기어이 확인을 한다. 장비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도 사고 때 나왔던 결과 가운데에 지휘부서의 역량, 교육 부족 문제가 있었다. 소방공무원이 신규 임용될 때는 4개월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지휘교육은 2주간 진행된다. 지휘교육은 최소 2개월 정도는 하는 식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신규교육을 잘못 받았을 때 본인이 잘못하면 본인만 다친다. 하지만 지휘교육을 잘못 받으면 자신의 동료, 지휘를 받는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것 역시 예산, 교육비와 닿아 있는 것이고, 충분히 이야기해야 할 문제다. 지휘관이 되려면 최소한 본인의 근무 기간의 절반 이상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부대원의 목숨을 쥐고 있는데 현장 경험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그 문제를 고치면 순직률이 많이 줄지 않을까.”

-현장 경험을 토대로, 시민들에게도 당부하고픈 내용이 있나.

“화재나 재난 현장의 ‘프로페셔널’은 우리인데, 훈수를 두는 분도 계시곤 한다. 사실 재난 현장은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어서 우리끼리도 하는 이야기가 ‘잘하면 본전’ ‘안 다치면 본전’이다. 시민들께서 보실 때 ‘왜 저러지’ ‘미흡한데’ 싶을 때에도, 믿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내가 최근에 겪은 일인데, 아파트에 불이 났었다. 요구조자는 베란다에 안전히 계셨고 불길은 베란다까지 닿진 않고 있었다. 작전에 따라 요구조자를 구출하러 가는 상황인데, 오히려 옆에서 흥분해서 ‘저기 있는데 뭐하느냐’ 하셨고 주위 시민분들도 동요했다. 화재 규모도 봐 가면서 최적의 구조를 하고 있는데, 흥분 상태가 외부에서 전염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경험이 없는 지휘관의 경우 현장에서 그 흥분에 휩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술을 드신 분들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과격하게 대하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휴대폰이 하수구에 빠졌다’며 소방관을 부르시기도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시민의식이 많이 나아졌다고 소방관들도 느낀다. 재난 현장에서는 우리를 믿고 기다려 주시면,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정치권의 발언과 김진석 소방위의 순직이 겹쳤다. 소방공무원들은 어떠한 반응인가.

“분노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인 내게도 ‘뭘 하고 있느냐’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돈으로 소방관을 폄훼하는 것은, 평소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발언으로 나온 것이다. 그것을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기보다는 지금 정치권이나 고위직이 갖고 있는 소방에 대한 인식으로 본다.”

“존중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말한 여러 이유에서 그렇다. 소방공무원들은 살아서는 재정 부담 대상으로 취급받고, 순직한 뒤에야 영웅으로 불리는 참담한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이런 인식 자체를 바꾸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 우리는 ‘내가 만일 어떻게 되면 남은 가족이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살아간다. ‘애매하게 다치지 말고 다치려면 차라리…’ 하는 말도 자조하듯 주고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방관이 안전해야 국민이 안전하다.”

출처: 국민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8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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