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절벽 앞 정청래와 장동혁, '정치 생사' 가를 마지막 변수는

6·3 지방선거 이후 여야 대표가 동시에 생존 시험대에 올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모두 당내에서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처지는 정반대다. 정 대표는 연임 도전을 위해 대표직 사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고, 장 대표는 당 안팎의 사퇴 요구를 막아내며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정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거취와 관련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당 대표 연임을 위해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서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꾸려지는 24일 이전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관심도 사퇴 여부 자체보다 연임 도전 여부에 쏠리고 있다. 문제는 정 대표의 연임 도전을 둘러싼 당 안팎의 상황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지방선거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대4 우위를 기록했지만 서울시장과 부산 북갑, 평택을 등 상징성이 큰 격전지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집권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 이를 정 대표를 향한 사실상의 공개 경고로 받아들이면서 여권 내 권력 다툼을 이 대통령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앞서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성공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
반면 당 지도부와 친청계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대통령 메시지를 특정 개인과 연결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청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김민석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설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정 대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정 대표가 연임을 포기할 경우 지방선거 책임론에 밀려 후퇴했다는 정치적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 대표의 상황은 다르다. 정 대표가 연임을 위한 사퇴를 고민하고 있다면 장 대표는 사퇴 자체를 막아야 하는 처지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책임론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우재준 최고위원에 이어 양향자 최고위원까지 공개적으로 장 대표 사퇴를 요구했고, 친한계를 비롯한 당내 소신파 역시 퇴진론에 힘을 싣고 있다. 장 대표에게는 오는 18일 예정된 의원총회가 최대 고비로 꼽힌다. 국민의힘 쇄신파 모임인 '대안과미래' 요구로 소집된 이번 의총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과 지도체제 개편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장 대표는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지도부 책임론보다 대여 공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도부 내부에서는 양 최고위원의 '좀비 지도부' 발언에 대해 "국민을 모욕하는 표현"이라며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제도적 방어막도 존재한다. 장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로,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 이상이 동반 사퇴하지 않는 이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반등도 장 대표에게는 유리한 변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4.3%, 민주당은 38.0%를 기록했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당권파는 지도부 교체 명분이 약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의원총회를 넘기더라도 위기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단순한 책임론을 넘어 보수 재건 노선 경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 북갑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복귀한 한동훈 역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 의원은 장 대표 사퇴와 자신의 조속한 복당을 요구하며 당내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