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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재통합지원센터 “이주노동자는 단기 일손이 아닌 인적자본” [한국이 빌려 쓴 청춘]

캄보디아 재통합지원센터 “이주노동자는 단기 일손이 아닌 인적자본” [한국이 빌려 쓴 청춘]
9월18일 캄보디아 프놈펜 HRCC 사무실에서 만난 박남순 HRCC 센터장. ©시사IN 박미소
9월18일 캄보디아 프놈펜 HRCC 사무실에서 만난 박남순 HRCC 센터장. ©시사IN 박미소

고향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와 한국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인가? 박남순 캄보디아 재통합지원센터장은 ‘출국 전→해외 근무→귀국 후’가 하나의 경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는 구인난을 겪는 일터가 많다. 주로 임금이 낮거나 업무가 고된 곳이다. 한국 정부는 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외국인을 불렀다. 그것도 만 18세에서 39세 사이 청년만. 이들에게는 ‘비전문취업(E-9)’ 자격이 주어졌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EPS) 이야기다. 외국의 청년 5만~10만명이 매년 E-9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다. 이들은 내국인이 일하기 꺼리는 곳에서, 한국 사회의 ‘밑바탕 노동’을 지탱해왔다.

한국인들에게 E-9 이주노동자는 한국을 스쳐 지나가는 존재다. 고용허가제의 본질이 ‘단기 순환’이기 때문이다. E-9 비자 소지자에게 허락된 시간은 기본 3년, 재계약 시 최장 4년 10개월이다. 이 제도로 최대 두 번 입국할 수 있어 길어도 약 10년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딱 한국에 체류할 때까지다. 한국 정부와 언론 모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들의 ‘다음 이야기’는 주목하지 않았다.

〈시사IN〉은 지난 9월 네팔·캄보디아·베트남을 찾아갔다. 3개 나라는 지난해 EPS 입국 규모 1~3위 국가다. 직접 방문한 그곳에서 한국이 빌려 쓴 청춘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의 노동은 고향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에게 흔적을 남겼다. 그들이 본국에서 살아가는 삶은 이 흔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이번 호 네팔·캄보디아에 이어 다음 호에 베트남 기사가 실립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캄보디아와 협력해 설립한 ‘재통합지원센터(Happy Return Center of Cambodia, HRCC)’는 캄보디아 귀환노동자 실태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들의 재정착을 지원하는 교육사업을 하고 있다. 박남순 HRCC 센터장은 설립 초기부터 사업 운영을 맡아왔다. 그는 귀환노동자가 향후 한국과 개발도상국의 중요한 인적자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9월18일 프놈펜에 있는 HRCC 사무실에서 박남순 센터장을 만났다.

9월18일 캄보디아 프놈펜 HRCC 사무실에서 만난 박남순 HRCC 센터장. ©시사IN 박미소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가 협약해 시작된 공적개발원조 사업이다. 해외에서 일하고 돌아온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귀국 후 다시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캄보디아 노동부 산하 8개 직업교육기관과 연계해 전기, 용접, 자동차, 작물 재배 등 직업훈련과 언어 교육을 제공한다.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의 요청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돌아온 이주노동자에게도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귀환노동자가 캄보디아 귀국 후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

해외에서 얻은 경험과 귀국 후 일자리 사이의 단절 문제가 크다. 경력이 인정되기 어려우며 좋은 일자리가 프놈펜이나 산업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으로 돌아가면 어려움이 더 커진다. 내부 조사에서도 귀국 후 소득 감소, 지역 간 일자리 불균형 등 문제가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이들의 재정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주노동은 한 나라에서 일하고 돌아온다고 끝이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 근로자가 합법적으로 근무하고 귀국한 뒤에도 그 경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순환 이주 제도가 지속 가능해진다. 재통합 지원은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다. 한국에는 건전한 순환 이주 체계, 캄보디아에는 인적 자본 개발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캄보디아 귀환노동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들었다.

재교육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캄보디아 노동부와 함께 이들의 이름·나이·근무 경력·전문 분야 등이 포함된 귀환노동자 DB를 만들고 있다. 노동부가 제공한 출국 전 전화번호를 바탕으로, HRCC 직원이 직접 귀환노동자에게 전화를 돌린다. 다만 데이터 수집이 쉽진 않다. 출국 전후로 휴대폰 번호가 바뀌는 일이 있어 연락이 닿는 경우는 5% 정도다. 10월 기준 한국·타이·일본 등에서 돌아온 이주노동자 1000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9월19일 프놈펜 소재 캄보디아 산업기술원에서 한국에서 돌아온 귀환노동자들이 전기 배선 기술을 교육받고 있다. HRCC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사IN 박미소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주노동자를 ‘단기 일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많은 귀환노동자가 한국에서 기술뿐 아니라 생산방식, 작업 규율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돌아온다.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 기업 문화를 이해한다. 이 경험이 제대로 활용되면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향후 숙련 기술자 또는 생산관리자, 창업가로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주노동자를 ‘단기 일손’에서 ‘인적자본’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중요하다. 관점이 우선 바뀌어야 “인적자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라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고용허가제와 귀환노동자 지원체계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제안한다면.

‘출국 전→ 해외 근무→ 귀국 후’가 하나의 경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 무슨 일을 했고 어떤 기술을 습득했는지를 귀국 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경력 정보가 연결돼야 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출처: 시사IN 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38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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