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꽃축제 이면에는…초미세먼지 폭증·조류 떼죽음 연구도

해외 연구 활발…불가리아서 불꽃축제 후 새 1천마리 집단폐사
국내 연구 "불꽃축제 직후 미세먼지 농도 최대 36배 증가"
밤하늘 수놓은 형형색색 불꽃비…2026 서울세계불꽃축제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밤하늘을 화려하게 밝히는 대형 불꽃놀이가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조류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랐다.
지난 주말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가 관람객이 100만여명에 달하는 행사로 자리 잡고, 주변 상권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도 낳았지만,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책로 옆에 죽어 있는 수십마리의 되새
"빛·폭음에 패닉 비행"…불가리아서 조류 집단 폐사
국내에서 불꽃놀이와 생태계 관련성을 직접 규명한 연구는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이를 주제로 한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루스코 페트로프 불가리아 트라키아대 수의과대학 교수 등 연구진이 올해 1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불가리아에서 발생한 조류 집단 폐사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지목됐다.
2025년 1월 1일 한 등산객의 제보를 받은 연구팀은 불가리아 스레드나 고라 산맥 근처 소도시 등산로에서 총 1천7마리에 달하는 조류 사체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사체와 일부 생존한 새들을 상대로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불꽃놀이의 갑작스럽고 큰 소음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새들이 나무·지면 혹은 다른 새들과 충돌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장기 파열, 날개 골절 등으로 다발성 충돌 증상도 관찰됐다.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새들의 위장 내 유해 물질, A형 조류 인플루엔자 검사 등을 실시했으나 관련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논문은 밤 중 소음과 빛에 노출된 주행성 조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방향 감각을 잃게 된다고 지적한다. 새들이 충돌해 죽지 않더라도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면서 비행량이 급증해 체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일어난다고도 짚었다.
202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역학 연구소의 바트 훅스트라 등이 발표한 연구도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에 따르면 새해맞이 불꽃놀이 직후 순간적으로 날아오르는 반응을 보인 조류 수는 평소 밤보다 평균적으로 약 1천배가 더 많았다.
국내에서는 유사 사례가 공식 보고되지는 않았다.
다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몇년 전 불꽃축제 당시 새 떼가 갈 곳을 잃고 강 한쪽으로 모여드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2023년 한강 불꽃축제 후 미세먼지 급증 연구결과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초미세먼지 농도 '36배' 폭증…사람 호흡기에도 위협
불꽃놀이는 대기질을 급격히 떨어뜨려 사람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와 한양의대·아주의대 예방의학과 공동 연구팀 연구 결과, 2023년 서울 세계 불꽃 축제와 부산 불꽃 축제 기간 인근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급격히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2023년 10월 7일 오후 7시 반께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좋음'(0∼15) 수준인 9∼12에 머물렀지만, 불꽃놀이 동안 계속 상승해 끝난 지 1시간 만인 오후 9시 반께는 31∼36배 높은 320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또한 불꽃놀이 전에는 '좋음'(0∼30)에 해당하는 25 이하였지만 불꽃놀이 이후에는 371까지 치솟았다.
이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의 '매우 나쁨' 농도(각 76, 151)보다도 각각 4.2배, 2.5배 높은 수치다.
한 익명의 시민은 지난 주말 불꽃축제를 앞두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기오염, 환경, 기후 영향 검토·시민 건강 보호 대책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세계불꽃축제를 공식 후원하는 서울시는 "불꽃축제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불꽃축제로 인한 시민의 대기오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기질 모니터링 및 시민 안내를 지속해 추진하겠다", "향후 불꽃축제 주최 측과 협의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행사 운영방안을 마련·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원론적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불꽃놀이가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서식지 근처의 불꽃놀이를 금지하거나, 드론 쇼 등으로 행사를 대체하는 방법을 대책으로 제시했다.